TED Talk2015.05.13 00:35

3D 프린팅이 유망한 미래기술로 떠오르면서 요즘 이곳 저곳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뉴스에도 종종 나오고. 하지만 아직까지 3D프린팅이 그저 어른들의 비싼 장난감 수준의 시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느리고, 최종 제품의 품질이 사실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지금 소개하려는 테드톡에서는 말로만 큰 잠재력이 있는 그저 신기하기만 할 뿐인 3D프린팅 기술이 아니라, 정말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실제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3D 프린팅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혁신이니 만큼, 3D 프린팅이라는 기본 개념만 같을 뿐이지 구현하는 원리는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본 영상은 한글 자막도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영어듣기가 어려우셨던 분들도 3D 프린팅 기술에 관심있다면 부담없이 시청하셔도 좋을 것이다.

Joseph DeSimone: What if 3D printing was 100x faster?

Joseph DeSimone은 UNC-Chapel Hill의 교수이면서, Carbon3D라는 회사의 CEO이기도 하다. 훌륭한 학자이면서 발명가이면서 사업가. 프로필만 봐도 한 사람이 이렇게 다 해도 되는가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강연을 듣고나니 이런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Joseph DeSimon은 우선 지금 3D 프린팅 기술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엄밀하게 따지면 3D 프린팅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한다. 2D 프린팅을 계속 겹쳐서 쌓는 것일 뿐. 그렇기 때문에 (1) 느리고 (2) 구조적으로 약하고 (3) 재료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Joseph DeSimon과 그의 동료들은 새로운 3D 프린팅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터미네이터2 에서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 T-1000 이 수은 녹은 것 같은 은색 액체로부터 쭉 몸을 형성하면서 솟아오르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재료공학자의 눈으로 보면 그 장면에서 저런 물적 특성을 가진 재료들의 목록이 나오고, 그 과정이 공식화되는가 싶어서 새삼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Joseph DeSimon은 이 새로운 발명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New ideas are often simple connections between people with different experiences in different communities 이렇게 표현했다. 당연하게도, 한 사람이 가진 지식이란게 한계가 있으니 한 사람이 알아낼 수 있는 솔루션은 아마도 부분적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아이디어들이 부딪히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기술 혁신을 이루는 것 - 생각만 해도 멋지지. 나도 그런 가슴 뛰는 환경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다. (나에게 남들의 가슴을 뛰게 할만한 아이디어와 지식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로 하고...)

암튼, 3분 25초부터는 신기술의 기본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D 프린팅의 재료가 되는 액체를 담는 커다란 그릇이 있고, 아래쪽에서 빛과 산소를 쏘아 성형을 하면서 터미네이터2 에서 마냥 성형되고 있는 물체를 위에서 쭉 끌어당기는 것이다. 빛은 액체를 굳어지게 만들고 산소는 액체가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이 원리를 이용하면 자유자재로 액체로부터 고체 물질을 성형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재료의 물리적 특성을 추가하면 더욱 섬세하고 다양한 3D 프린팅을 할 수 있다.

이어서 이 기술이 앞으로 제조업에 어떤 변화와 가능성을 안겨줄지, Joseph DeSimon은 신나는 목소리로 설명한다. 내 생각에는 여기서부터가 진짜 그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본다. 애정과 열정이 느껴진다.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맞춤형 의료기기 같은 것은 정말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내가 좀더 주목한 부분은 제조업 공정 혁신에 관한 부분이다. 캐드로 디자인 한 것의 시제품 prototype을 만드는 작업에서 3D 프린팅이 활용될 수 있다면 연구 개발에서 생산에 이르는 단계의 효율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도 다들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기대'였다면, Joseph DeSimon의 3D 프린터는 실제적으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실체'가 되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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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pril3
홍콩2015.05.12 12:52

파리에 가면 미술에 그닥 관심이 없는 사람도 으레 루브르박물관이나 오르세미술관을 찾아 명화를 감상한다. 하지만 홍콩에 오는 사람들에게 홍콩미술관은 으레히 찾아가는 곳은 아니다. 도시마다 그 도시의 명소가 있는 법이니까. 홍콩에 오는 사람들이 홍콩에 기대하는 바는 미술관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홍콩미술관 Hong Kong Museum of Art 을 너무나 사랑한다. 일단 넓지 않아서 전시를 둘러보는데 힘들지 않다. 전시도 그만큼 집중력이 있다. 침사추이 시내에 그것도 홍콩시민들과 관광객들 모두 사랑해마지않는 스타의 거리 산책로 바로 옆에 있어서 지나가다 부담없이 들릴 수 있다. 거창하게 긴 진입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길을 걷다가 쑥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큰 마음 먹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습하고 더운 홍콩날씨에, 시원하게 앉아서 홍콩섬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는 커다란 통창과 폭신한 벤치가 층마다 있어 날씨에 눌리지 않고 느긋하고 온전하게 홍콩이라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사랑스러운 홍콩미술관에서 요즘 사군자 전시를 하고 있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배웠던 매, 난, 국, 죽 그 사군자가 맞다.  

아름답고 단정하며 충직하고 검박한 선비의 정신을 담은 매난국죽.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를 보러갔다. 미술관 건물 오른쪽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 Ticketing Office가 있다. 여기서 표를 사면 된다. 일반 HKD 10불 (1400원)이고 학생은 학생증을 보여주면 반값 할인이다. 홍콩은 한국식으로 1층을 ground floor라고 하고, 그 위부터 1층이 시작된다. 그래서 매표소는 1층에 있는 것.

미술관 내부에서는 플래쉬만 터트리지 않는다면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 캠코더로 찍는 것은 안된다. 4층 전시관으로 들어가니 매난국죽이 나를 반겨준다.

매화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 겨울의 추위를 뚫고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피어난다. 옛 현인들은 매화를 굴하지 않는 견고하고 격조높은 선비의 기상으로 귀히 여겼다고 한다. 난초는 절벽에 고고히 피어나며 평범은 절대 손닿을수 없는 그 곳에서 홀로 서 있다. 잎사귀의 맵시는 섬세하고 아름답다. 선비들에게 난초는 순수한 천상의 고귀함이다. 다른 꽃들이 다 지는 가을에 피어나는 국화는 기름을 짤 수도 있고, 약으로 쓰이기도 하고, 술로 만들기도 하는 참 쓸모가 많은 고마운 꽃이다. 그래서 국화는 속세를 떠난, 자족하며 사는 검박한 선비의 정원에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나무는 선비의 순전함과 자존심과 충절과 의로움의 상징이다. 그래서 옛 현인들은 선비의 선비다움을 상기시켜주는 이 네가지 식물을 늘 가까이 하길 즐겼던 것이다.

전시장 내부는 작은 4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각각 매, 난, 국, 죽 그림들을 전시한다. 전시된 그림들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작품들을 하나씩 뽑아 보았다. 선비의 품격에 대한 설명과는 다소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그림들만 보며 느꼈던 감상은, 첫째 매화는 수줍지만 설레임이 있는 꿈꾸는 십대같은 느낌이다. 올망졸망하게 붙어있는 모양하며, 과하지 않은 분홍색 꽃잎은 이제 막 관례를 마친 어린 선비의 상기된 볼 같은 느낌이다. 둘째 난초는 성숙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왠지 외롭고 쓸쓸하게 지켜야하는 숙명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선이 곱고 아름다운 한국무용의 춤사위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절벽에 듬성듬성 무리지어 피어있는 난 그림은 고독한 이상을 품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고집스러운 모습같기도 하다. 국화는 의외로 화려하다. 커다란 꽃봉우리와 노랗고 붉은 화려한 색으로 채색된 그림에서 뭔가 풍족한 삶의 여유, 풍요로운 잔치의 기쁨이 느껴진다. 대나무는 언제나 쭉쭉 뻗어 시원스러운 형상이면서, 세상에 바름을 세우기 위해 고민했던 선비들의 치열함을 읽을 수 있다.

옛 선비들도 사는 게 팍팍할 때, 의미가 실종되어 헤멜 때, 이렇게 사군자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 보았을 것 같다. 어디로 가고자 했으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침사추이를 산책하다가 문득 혹은 페리를 타러 가기 전에 잠깐 맘 내키면, 바로 길 가는 옆에 있으니까, 들러서 선비의 마음을 한자락 받아가지고 나와보자. 돌아갈 일상에 조금은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 보너스 컷.

빅토리아 항 너머 홍콩섬을 액자로 담아내는 홍콩미술관만의 또 하나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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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pril3
홍콩2015.05.11 02:30

Hospital Authority라고 부르는 홍콩의 정부병원은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홍콩 정부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종합병원이다.

정부병원이라고 하면 왠지 시설도 낙후되었고 사립병원보다 질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이미지가 연상되었지만, 막상 이용해보니 아주 훌륭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큰 종합병원 중에서 **대 부속병원 같은 것들은 홍콩에서는 모두 정부병원이다. 물론 사립종합병원도 있다. 이용료가 상당히 비싸다. 더 비싼 만큼 더 좋은 게 많겠지. 그러나 나는 한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관계로 안타깝게도 사립종합병원에 관해서는 알려줄 수 있는 바가 없다.

홍콩의 정부병원은 현재 7개 권역에 42개의 공공병원이 운영되고 있고, 전문의 외래진료소가 47군데, 일반 외래진료소가 73군데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권역을 나누어 놓았다고 해서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병원만 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냥 집가까운 병원을 다녔지만, 정부병원도 평판이 다 다르니 (정부병원 별로 실적을 비교하는 리포트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으므로 미리 찾아볼 수 있다.) 먼 거리를 감수하겠다면 알아보고 골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권역별 정부병원을 찾아보려면 여기로 

정부병원의 병원별 실적을 보려면 여기로

홍콩 정부병원은 홍콩 ID카드 소지자에 한해서 저렴한 비용에 토탈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응급실 비용은 정액으로 HKD 100 (한화 14000원 가량), 입원비는 하루밤에 HKD 100 인데, 여기에 입원과 관련한 모든 - 병실 사용료, 식대, 약, 주사, 링겔, 수혈, 초음파, 엑스레이, 수술 등 일체 제반 비용이 다 포함된다. 외래 진료는 HKD 60 이고 외래 진료로 약을 처방받을 경우 추가로 HKD 10 을 더 낸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관광으로 오는 외국인에게는 절대 이런 친철한 요금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혹시 홍콩에 여행왔다가 보험없이 정부병원을 이용해야할 경우가 발생한다면 정말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내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안내장에 따르면, 홍콩ID카드 소지자가 아닌 사람이 정부병원을 이용할 경우 응급실은 HKD990, 입원은 하룻밤에 HKD 4680, 집중치료실 하룻밤에 HKD 23000, 외래 HKD 1100...... 뭐 이렇다. 특히 입원 관련해서는 무시무시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정부병원에서 의사를 만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응급실로 가기

응급실이니 물론 급하게 아플 때, 예약 필요없이 바로 가면 된다. 홍콩에서는 응급실을 급증실(急症室) 이라고 하니, 택시를 타고 갈 때 영어를 못하시는 기사분을 만나면 急症室 이라고 한자로 써서 보여드리면 된다. 앰뷸런스를 불러야하면 999번이다.

응급실에 도착하면 입구에서부터 친절히 크게 ① Register 라고 쓰여있는 창구가 보일 것이다. 등록할 때는 반드시 홍콩 ID카드가 있어야하고, 처음 등록하는 거면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검사 결과를 알려주거나 예약을 변경하거나 추가로 약을 더 먹어야한다던지 병원에서 집으로 연락하는 일이 의외로 종종 있기 때문에 집주소와 전화번호는 정확히 기재해야한다. 등록이 되면 바로 HKD 100 을 결제해야한다. 현금이나 옥토퍼스 카드로 결제 가능하다. 그러고 나면 잠시 의자에 앉아있으라고 한다.

기다리고 있으면 ② Triage 라고 되어있는 유리로 안이 훤히 다 보이는 진료실에서 간호사가 나와서 혹은 방송으로 이름을 부른다. 대기 환자가 많으면 2~3시간 정도 기다릴 수도 있다. 이름을 불러서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체온과 혈압을 재고, 왜 왔는지 물어본다. 응급실에 갈 때 바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어디가 아픈지 얘기하면 된다.),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얼른 응급실로 가라고 보내서 가는 경우도 있을텐데, 그럴 경우에는 동네 의원 의사가 써 준 referral letter를 보여주면 이야기가 쉽게, 빨리 진행된다. Triage에서는 일차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다음 응급여부를 분류해서 진료 우선순위를 정하는 곳이기 때문에 referral letter가 있는 경우 아무래도 진료를 더 빨리 받을 수 있다. Triage에서 몇 번 진료실 앞에 가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표를 줄텐데 표를 받아서 해당 진료실 앞 대기실로 간다.

대기하고 있으면 간호사가 나와서 혹은 방송으로 이름을 부르면 비로소 응급실 당직의사를 만나게 된다. 본인의 응급 여부에 따라 몇 분에서 몇 시간 대기할 수 있다. 응급실 당직의사는 해당 전문의로, 증세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마이너한 경우에는 간단한 조치 후 돌려보내지만, 심각하거나 애매한 경우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 바로 입원시킨다. 응급실에도 기본 진단 장비가 있기는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던지 하는 경우에는 입원해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입원을 해야한다면 진료실 뒷편으로 나가서 간호사가 병실에 연락해서 침대를 준비시키는 동안 대기하고 있다가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병실로 올라간다. 안내해주시는 분이 응급실에서 진료차트를 정리해서 병실까지 동행해주시고 모든 입원수속을 해주시기 때문에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아주 많이 아프다면 휠체어도 태워주신다.

2) 외래 (SOPD - Specialist Out-Patient Department)로 가기

정부병원에서 외래를 보려면 동네 전문 의원의 specialist가 써준 소견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냥 외래 접수 할 수 없다.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specialist가 뭔가 큰 병원가서 해결봐야될 일 같다면서 소견서를 써 주면 그 때 가는 곳이 정부병원 외래이다. 외래 접수도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없다. 반드시 본인이 창구로 직접 가서 줄 서서 접수시켜야된다. 접수하러 가면 대개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날짜가 한 두달 후 일 것이다. 아주 밀려있다. 정말 증상이 심각하면 응급실로 가던가, 기다리기 조급하나 돈이 넉넉하다면 사립병원이라는 옵션이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기다리는 것이다.

일단 예약을 할 때는 돈을 안 내도 된다. 진료받는 날에 와서 register 창구에서 돈을 내면 진료 요청이 들어가서 대기하게 되는데, 돈내는 줄이 좀 길기 때문에 정해진 진료 시간보다 최소한 30분은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진료는 15분 간격으로 잡는 것 같던데 (정확하지는 않다. 환자 호출할 때 화면에 예약시간도 표시되는데, 정시, 15분, 30분, 45분 이렇게 되어있는 것으로부터 추측) 진료를 보러 들어가면 의사들이 상당히 꼼꼼히 진찰하기 때문에 15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고, 대기 시간은 하염없이 길어진다.

진료 결과에 따라 다음 follow-up을 잡던지, 입원을 시킬 수도 있다. 입원을 하게 되면 입원 날짜 및 시간이 프린트 되어 있는 예약지와 함께 입원수속 안내 및 환자 유의점을 담은 유인물을 준다. 가만 있으면 광동어 버젼을 받게 되니 영어로 된 것으로 달라고 해야한다. 간혹 영어 안내문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한자에 자신이 없다면 굳이 안 읽고 가도 상관없다. 

약을 받아야 한다면 처방전을 가지고 Pharmacy 창구로 가서 ① 돈을 낸다. 입원했다가 퇴원하면서 약을 받는 경우에는 돈을 안내도 되지만 외래에서 약을 받는 경우는 HKD 10 을 내야한다. ② 처방전을 접수한다. 그럼 대기표를 준다. 처방전을 접수할 때 약봉지에 안내문을 영어로 프린트해달라고 부탁한다. ③ 창구에 내 번호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받는다. 대개 대기자가 100명~200명 정도였고, 한시간 정도 걸렸다. 약봉지에 안내문이 영어로 붙어있는지 확인하고, 한자로 되어 있다면 영어로 다시 프린트해달라고 부탁한다.

* 입원

외래를 통해 입원하게 되면 입원 수속을 해야한다. Admission Office로 가서 입원 예약지를 주면 본인 확인을 한 다음 (홍콩 ID카드, 집주소, 전화번호), 병실에 연락해서 침대를 준비시키고 이미 준비되어 있는 나의 진료기록 차트를 준다. 차트를 들고 병실로 올라가서 인터폰으로 입원하러 왔다고 하면 문을 열어준다. 

1차로 의사와 나의 상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의 시간이 있는데, 기본적인 신상정보 - 학력, 종교, 가족관계, 보호자 정보 등 - 을 포함해서, 기존 병 이력, 최근 전염성 병원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약에 대한 알레르기나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지, 통증이 있는지 등등 시시콜콜한 것들이 많다. chickenpox, measles 같은 흔한 병 이름도 영어로 질문과 대답을 할 때 바로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때 대답하는 것에 따라 입원해 있는 동안 식사나 약 처방, 격리병실 사용 여부, 추가 치료 방법 등등 중요한 요소들이 결정되므로 꼭 잘 대답하도록 하자. 조금이라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써달라고 하거나, 의사가 컴퓨터로 입력하고 있을테니 입력화면을 보여줄수 있겠냐고 부탁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정확한 뜻을 찾아 정확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다. 병실에서는 응급실이나 외래와 다르게 시간 여유가 많으므로 천천히 진행할 수 있다.

병실은 기본적으로 6인실이다. 건물은 반짝반짝하는 최신식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내부 시설은 전혀 나쁘지 않다. 의료장비에 대해서야 문외한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서비스가 철저하다. 친절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끔 무섭다), 엄격하고 정확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뢰가 간다. 단점이라면... 밥이 맛이 없다. 다행히 음식 반입은 자유롭다.

홍콩의 정부병원은 보호자가 필요없는 병실을 운영한다. 보호자는 하루에 두 번 - 점심, 저녁 면회시간에만 잠깐 환자를 볼 수 있을 뿐 병실에 계속 머무를 수 없다. 처음에는 한국처럼 보호자가 옆에서 같이 자기도 하면 덜 무서울텐데 하고 생각했지만 곧 얼마나 어린 생각인지 깨달았다. 가족 중에 중한 환자가 생겨 장기 입원을 한다하더라도 다른 가족들은 저대로의 삶을 살도록 해주는 이 제도가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 모른다. 다른 가족들은 하던 대로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고 가정을 돌보는 삶을 살아야 환자도 살고 보호자도 산다. 가족들 대신 홍콩의 정부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 (정확히 직업군이 어떻게 되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간호사와 다르게 환자의 필요를 봐주심)들이 환자가 필요할 때 24시간 간병을 해준다. 밥을 떠먹여 줘야하는 환자는 옆에 앉아서 밥을 먹여주고, 대소변을 침대에서 해결해야하는 환자는 침대에 bedpan을 가져다주고 팬티도 갈아입혀준다. 거동 못하는 환자의 목욕도 시켜준다. 화장실 갈 때 어지러우면 부축도 해준다. 물론 보호자 같이 편하지는 않지. 아주 정이 넘치거나 그렇지도 않다. 반대로 이런 간병 서비스를 요청하는 걸 환자가 부담스럽게 만들지도 않는다. 주사를 놔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병원에서 하는 일인 것이다. 보호자가 간병인을 따로 고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간병인 고용으로 가계 파탄, 혹은 간병인 고용할 돈이 없어 보호자가 일을 못하고 환자를 간병하다가 가계 파탄.. 이런 비극적 시나리오가 방지된다.

입원 후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사항 외에 중요한 의료처치나 수술을 하게 될 경우 의사가 와서 설명을 하는데, 혹시나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해당 진료 정보를 담고있는 안내서가 있으면 달라고 하면 좋다. 의사가 먼저 갖다주는 경우도 많은데, 바쁘면 말로만 설명하기도 한다. 안내서에는 해당 의료처치/수술의 목적, 대상 환자, 자세한 과정,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부작용, 사후 유의점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동의서에 싸인하기 전에 명확히 내용을 숙지하자.

홍콩 정부병원을 이용하면서 대체로는 만족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가이드라인에 철저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내 돈 내고 내가 받는 서비스이니 이렇게 저렇게 요구할 수도 있고, 때로는 병원 측의 과잉진료에 휘둘려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홍콩 정부병원에서는 참 뭘 더 해주지 않는다. 뭘 좀 더 해봐야 될 것 같은데 싶은 마음이 들어도, 일단 이정도 증상이면 여기까지 진료. 이런 게 있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할 때가 있다. 그래서 진료받는 동안 마음이 어려워져 비싸더라도 사립병원을 이용하고 동네 의원에라도 가서 물어보고, 결국에는 한국 들어가서 해결보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꼭 필요한 건 놓치지 않고 다 해준다. 

* 퇴원

오전에 회진을 돌 때 오늘 퇴원할 환자들에게는 퇴원하라고 얘기를 해준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병원이라 환자가 더 있고싶다고 해도 의사 판단하에 퇴원이라면 퇴원이다. 퇴원서류가 준비되면 보통 오후 2~3시 정도가 된다. 퇴원 서류는 기본적으로 진료비 지불 안내서, discharge slip (진료내용 요약), 회사에 제출할 병가 서류가 필요하다면 medical certificate (회진 시 의사에게 따로 요청해야한다.), 약 처방을 받았다면 처방전이 있다. 그리고 나같은 경우, 혹시나 퇴원 후에 다시 같은 문제로 의사를 만나야 할 경우가 있을 때 응급실로 가기는 좀 애매하여 동네 의원을 찾아갈 경우를 대비해서 내 진료 history를 설명할 수 있도록 입원 진료 내용에 기반한 referral letter를 꼭 부탁한다.

진료비 납부는 퇴원하면서 바로 Shroff 창구로 가서 내면 되는데 (진료비 지불 안내서를 제출하면 하룻밤에 HKD 100로 계산해서 내야할 금액을 알려 준다), 간혹 퇴원시간이 너무 늦은 저녁이거나 하면 Shroff 창구가 문을 닫은 경우가 있다. 그러면 일단 집으로 가 있으면 집주소로 청구서가 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통역서비스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한번도 사용해보지는 못했다. 필요한 분은 병원에 요청해보도록 하자. 아쉬운 점은 요청 즉시 바로 이용가능한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몇 주전에 신청해야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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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pri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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